로고

안드라스 시프 "한국 연주자들, 어마어마한 재능...보호되고 육성돼야"

이옥선 | 기사입력 2022/10/20 [16:32]

안드라스 시프 "한국 연주자들, 어마어마한 재능...보호되고 육성돼야"

이옥선 | 입력 : 2022/10/20 [16:32]

'피아니스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헝가리 거장
11월, 4년 만의 내한…"한국은 커다란 즐거움"

 
associate_pic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사진=Joanna Bergin 제공) 2022.10.20.

 

 "한국 연주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어요. 경이로운 일이죠."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등으로 불리는 헝가리의 거장 안드라스 시프(69)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서면으로 만난 그는 "이들은 보호되어야 하고 육성되어야 한다. 경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 소중한 친구 정명훈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아요. 우리는 오래전 둘 다 우승하지 못했던 콩쿠르에서 만났죠. 자, 보세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가 되었는지 말이죠!"

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 음악가들과의 인연이 깊다. 48년 전인 1974년 제5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만난 정명훈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후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당시 정명훈이 2위, 시프가 4위를 차지했다.

2008년엔 마스터클래스로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그 자리에서 루체른 페스티벌에 초대했다. 조성진, 문지영, 김수연 등 한국 피아니스트들과도 마스터클래스로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4년 만에 내한하는 그는 오는 11월6일과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각각 공연한다. 2008년 첫 내한 이후 한국을 꾸준히 찾은 그는 "한국을 방문하는 건 언제나 커다란 즐거움을 줬다"며 "서울과 이 도시의 영혼은 늘 내게 감동을 줬다. 여러 아름다운 박물관에서 한국의 도자기를 보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사진=Nadia F Romanini 제공) 2022.10.20.

"관객들은 늘 환상적이에요.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열광적인 청중들이죠. 젊은 관객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점이에요. 부산은 바닷가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들었어요. 아직 한 번도 부산에서 연주해 본 적은 없어서 새로운 관객을 만날 기대가 커요."

'바흐 스페셜리스트'로도 꼽히는 그는 매일 1시간 이상 바흐 연주로 아침을 시작한다. "바흐의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마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마음을 정갈히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매우 완벽한 일상이죠."

이번 공연에선 고전음악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곡 중에서 들려줄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추후 공개된다. 최근 시프는 연주회의 곡을 미리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당일 공연장의 음향이나 피아노 상황, 관중을 고려해 연주 전 현장에서 선택된 곡들을 구두로 소개하며 연주하고 있다. 그는 이 방식이 청중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저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어요. 관객에게 무엇을 듣게 될지 2년 후의 일을 미리 말해준다는 게 평범한 건 아니죠. 2년 뒤 오늘, 저녁식사로 무엇을 선택할지 말할 수 있나요?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에요. 이러한 새로운 방식을 통해 저는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껴요. 관객들에게는 공연이 더욱 새로워지고요."

associate_pic

 

[서울=]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사진=Peter Fischil) 2022.09.28.

강의를 곁들이는 '렉처&콘서트(Lecture&Concert)'를 주요 공연장에서 이어오고 있는 이유도 전했다. "오늘날 청중은 50년 전에 비해 음악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더 적은 세대"라며 "학교에서 음악적인 훈련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정에서도 매우 적은 음악을 경험하고 자란다"고 했다.

"처음에 베토벤 소나타를 끝까지 듣는 건 어려운 여정일 수 있어요. 그저 편히 앉아 즐길 수만은 없죠. '아, 아름다운 곡이군요'라고 말하긴 쉽지만, 이러한 감상은 어느 정도의 안내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연주자가 직접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프로그램북 속의 해설가에 의지하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공연 중에 관객은 프로그램북을 읽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하죠."

시프는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와 65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보내왔다. 내년이면 70대를 맞는 그는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나이가 드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육체적인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나이 듦과 함께 우리는 대부분의 것들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죠."

 

 
문화 많이 본 기사